33 - 타협할 수 없는 문제

PUBLISHED 2012. 6. 9. 20:48
POSTED IN 매일매일

2012.06.08 33 타협할 수 없는 문제


학생들 글을 받으면서 아주 '거슬리는'문제가 등장했다. 바로 인용문제. 마지막 글 주제가 '디자인'이었기에, 지금까지 '내'가 중심이 된 주제보다는 조금 전문적인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저학년이라 다른 사람 글을 가지고 오는 것에 대하여 개념이 없는 것일까? 수업시간에 분명 인용에 대하여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뻔한 짜깁기를 한 친구들이 몇명이 있다. 


이들에게서 나온 글이 아니라고 예상되는 문장을 복사해서 검색박스에 붙여넣어보면 아니나 다를까 굵은 글씨로 표시된 똑같은 문장들이 이곳저곳 포진되어있다. 제발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엔터를 누르지만 그 바람은 곧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일단은 댓글로 다른 사람 글을 가져왔다면 그 부분은 분명하게 " "(quotation mark)로 구분해주라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것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는 같은 문장을 모조리 찾아서 비교하여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아직 저학년인데. 공개 망신을 당한 것에 상처받으면 어쩌나.' 등의 우려들이 생겨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냥 넘기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지위의 높고 낮음, 나이, 글의 중요도 등은 아무 관계없다. 혼자 써서 혼자 보는 글이라 할지라도 '내 글'과 '네 글'의 구분은 명확하게 해야한다.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 글을 쓰는 데 있어 이 수업에서 이 점만을 가지고 간다해도 좋다.   


한 친구는 이 부분을 지적당함으로써 블로그에서 가지고 온 불명확한 출처의 문장이 들어간 문단을 아예 삭제해버렸다. 또 한 친구는 '인용한 부분이 엄청 많으면 어쩌죠...'하며 고민에 들어갔다. 


나는 그들에게 전문 정보를 유려한 문체에 담아내는 소위 '있어보이는' 글을 결코 기대하지 않는다. 그 주제가 신선하든 진부하든 관계없이, 글을 통해 직접 자신의 소리를 내기를 바란다. 우수하지 않은 글이라 할지라도, 자기의 생각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정리해보는 작업이 유의미하지, 다른 이의 글을 이곳 저곳에서 끌어와서 그럴듯하게 구성하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 글쓴이에게도 독자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