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면 기쁨, 못 쓰면 슬픔 (1994)

PUBLISHED 2010. 6. 30. 18:05
POSTED IN 분류불가


잘 쓰면 기쁨, 못 쓰면 슬픔

성동국민학교 6의5반56번 채혜진


"엄마! 바빠요 바빠!" 다리미질을 하시던 엄마는 다리미를 급히 놓으시곤 부엌으로 가셔서 가스렌지에 불을 켜시고 "알았다 알았어"하고 말씀하셨다. 바빠서 막 뛰어 내 방으로 가던 도중 갑자기 멈춰섰다. 왜냐구?  아니나 다를까 다리미가 옷을 태우고 있었다. 다리미에선 연기가 푹푹 나오고 있고 새하얀 아빠 와이셔츠가 타고 있는 모습을 난 계속 보고 있기만 했던 것이다. 정신이 들어 다리미를 들려고 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엄마 아빠 이리 좀 와보세요!"하고 소리쳤다. 엄마와 아빠가 급히 뛰어오시더니 "어머나!" 하시며 수건을 가져오시고는 다리미를 드시는 거였다. 옷에는 새까맣게 다리미 자국이 나있었고 그것도 못하여 다리미 판에도 까맣게 자국이 나있었다. 난 그 때 왜 다리미를 들지 못했을까? 내가 바보 같았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다리미를 들었다면 최소한 다리미판 까지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하고 생각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아침을 그렇게 시작해서 그런지 학교에서는 도대체 공부가 되지 않고 계속 아침에 일어났던 일만 생각났다. 둘째시간 셋째시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술시간이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투덜투덜 하고 있었다. 초를 만드는 시간이었는데 냄비에다가 크레파스를 녹여서 초를 만들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주의점도 몇몇가지 가르쳐 주셨으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조끼리 만들었는데 내 것은 벌써 하고 다른 친구 것을 냄비에 녹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불이 확 붙더니 놀랄만큼 크게, 천장까지 올라가는 거였다. 난 놀랄만큼 놀라서 "엄마야!"하고 소리치니 선생님께서 달려오시더니 마른 걸레로 불을 탁탁 치시는 것이었다. 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우리 교실에 불이 나지 않을까? 불이나면 내 탓...... 퇴학?'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동안 불은 꺼졌다. 다행이 천장에 그을음 같은 건 생기지 않았지만 냄비가 새까맣게 다 타버렸고 초만들기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아침부터 이게 웬 난리람. 다리미 때문에 불이 날  뻔하고 초 만들기 시간에 불이 날 뻔하고...... 침착성 있는 선생님의 행동에 난 조금 놀랐다. 불이 날 뻔 했는데도 그렇게 침착하게 일을 치르다니...... 하긴 선생님까지 놀라서 날뛰면 선생님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어? 불이 두번이나 날 뻔 했던 날, 난 이 일들을 겪고나서 불 조심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았다. 언제라도 불이 날 위험이 있는 이 가을에 우리 모두 불조심을 했으면 좋겠다.



원고지 발견. 불조심 글짓기인 듯. ㅎㅎㅎ 이 글을 읽고 교실에 불 날뻔 했던 그 날의 이미지가 정말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 이미지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다. 내 머리에서 구성된 이미지를 진짜 일어났던 일이라고 믿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기억은 믿을게 못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