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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20 조직신학 세 번째 시간

조직신학 세 번째 시간

PUBLISHED 2012. 5. 20. 10:51
POSTED IN 문득 떠오르는

세 번째 시간                              


20대 초중반, 내가 알고 있었던 하나님은 나의 유일한 위로자이고 치유자이신 하나님이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내면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하나님이 모두 다 알아주시는 것 같았다. 하나님은 도저히 셀 수 없는 내 머리털의 개수까지 다 알고 계신 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금씩 세상의 부조리들을 마주하게 되며 무언가 변해갔다. 뒤엉킨 세상과 하나님의 관계가 궁금했다. 나의 마음을 ‘평안’하게는 하시더니 왜 다른 이들에게는 이토록 무력하신가?


그러던 시절, 관점의 변화가 생겼다. 창조주 하나님에 대해서 깨닫게 되면서 부터였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지으신 분이었다. 모든 것의 주인이시며 지금 이순간도 모든 것을 붙들고 다스리고 계신 분이셨다.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라는 다윗의 고백이 마음을 울렸다. 습관적으로 받아들이던 생각이 가슴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길에 핀 꽃도, 나라도, 미운 저 사람도, 이 지구도 다 하나님의 것이로구나!…. 


이렇게 점차적으로 하나님을 알아가게 되는 것은, 내가 만든 하나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과정인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던, 혹은 내가 원하는 하나님의 이미지는 '나'에만 국한된 좁고 제한적 모습이었다. 나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고, 나의 소원을 들어주시며, 나의 미래를 창대케 하시는 나의, 나만의 하나님이었다. 


그러나 성경을 통해 알 수 있는 하나님은 내가 만든 하나님의 이미지와 다르다. 하나님은 온 땅의 창조자이시며 주관자이시다. 때문에 하나님은 인간과 비교불가인 엄청난 존재이다(하나님의 초월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이 땅에 살아있는 생명을 보호하시고 돌보신다(하나님의 내재성). 세상의 피조물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다스리시며(영으로서의 하나님), 자신을 내어줌으로서 피조물과 관계를 맺으시는 것이다(인격으로서의 하나님).  


물론 사람은 하나님을 완전하게 알 수 없다. 하나님과 존재의 문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럴 때에야 단지 나를 위한, 나만의 하나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은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때, 또한 하나님과 친밀하고 풍성한 관계를 맺을 때, 가능해진다. 그렇게 할 때, 모든 세계를 창조하시고 돌보시는 하나님의 일을 맡겨주시고, 작은 손으로 크신 하나님의 나라를 일구어가게 인도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