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남겨놔야할 것 같아서 날잡고 전시장 사진을 쭉 찍었다.
     갤러리(한국디자인 문화재단 D+ 갤러리) 의 '부로꾸'가 
     우리 전시 컨셉과 너무 잘 어울려서, 참 고맙다.

 
_도록 판매 + 방명록        
       

_60개가 넘는 전시품        
  




     쓰던 물건, 아니 그보다 더한 당장 버려야 할 쓰레기와 같은 물건을 전시장으로 가져와 전시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큰 모험일 수도 있다. 이들이 전시장으로 들어와 노란 할로겐 조명을 받는다는 자체가 우리의 상징적 질서에서는 말이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낡은 이들 속에 우리의 삶이, 우리의 소중한 기억들이 담겨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면 이전과 다른 새로운 눈으로 이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이건 눈이 아니라, 눈보다 더 넓고 크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았으면 했던 전시다. 

_가장 애착이 가는 물건        
        
_아직 영업중인 생선구이집 '대립' 사장님께서 주신 영어 메뉴판        



     각 물건에는 각기 다른 목소리가 있다. 전시 도록에도 실려있고, 전시물 옆에도 캡션으로 붙어있는 이 이야기들은 물론 모두 상상에서 비롯된것들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잠시나마 개발을 '당하는 자'의 입장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어보려는 움직임은 나를 내어주는 힘겨움을 동반하지만, 함께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거라 생각한다.


"아지매들은 내 가장 친한 친구였지예. 그녀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너무 즐거웠어예. 그 알지예, 아지매들의 구수한 입담~. 그것들이 물에 섞여 수루룩허니 내 안으로 들어왔고, 다시 물을 쏟아 버릴 때는 아지매들의 고된 삶의 무게를 같이 털어 내주는 것 같았어예. 그게 내 삶에서 최고의 보람이었어예... "



"열심히 내 몸을 슁~ 돌리면서 가게 안에 가득한 연기와 냄새를 빼내었던 내 공로를 누군가가 기억해줄까요? 내 몸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낡아갔어요. 연한 아이보리 빛의 내 몸에 시커먼 흔적들이 여기저기 묻어있더라고요. 단단했던 날개가 조금씩 휜 것도 발견했고요. 그러다가 어느 날 밖에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나를 세게 쳐서 나는 가게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졌어요. 그게 제가 살아온 이야기의 끝이에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까 조금 슬프네요…."  



"산처럼 쌓이는 그릇 때문에 무거위지는 나의 몸을 아무 말 없이 든든히 받쳐주던 연둣빛 당신은 무사히 계시나요? 헤어지고 나니 당신의 존재가 크게 다가오네요. 많이 보고 싶네요."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를 힘겹게 받치고 있던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의 엉덩이와 만나는 의자로서의 최고의 영예는 누리지 못했지만 저는 제가 있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했었습니다. 무거운 그릇들을 담고 있던 빨간 바구니는 항상 저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었죠. 그녀를 만나면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찍으며 만난 피맛골 안의 '천개의 목소리'
그들의 한결 같지 않음에 조금은 마음이 다친 것 같지만,
몸을 움직여 그들과 만나야 한다는 더 큰 깨달음을 얻었기에 만족한다.   




     <디자인, 피맛골을 추억하다> / 7월 10일까지. 하루 남았다.
     그리고 곧 이어서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기획한 
     광화문 관련 전시에 전시물들이 다시 전시된다고 한다.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연속적인 움직임에 또 한번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