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매일매일'

29 POSTS

  1. 2012.05.08 2 - 펜과 칼

2 - 펜과 칼

PUBLISHED 2012. 5. 8. 09:21
POSTED IN 매일매일

2012.05.08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한다. 어떻게든 써야한다. 이 생각을 놓지 말아야 한다. 형식의 훈련, 관점에 대한 성찰을 한다 해도 더 이상 쓰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것은 의미가 없다. 아니, 모든 게 멈춰버리고 만다. 결국에는 쓰는 행위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써야 하는가? 


어디선가 보았던 펜과 칼의 비교가 내 안을 맴돌고 있다. 루쉰이었나? (루쉰을 검색해보니 ‘펜 하나로 10억 중국 백성을 일깨운 소설가’라는 수식어가 나온다. 책 제목인 것 같다.) 칼의 날이 날카롭게 서지 못하면 칼이 할 제 역할을 못하듯, 펜을 날카롭게 세우지 않으면 펜이 할 제 역할을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물론 칼의 손잡이로 마늘을 빻는 것처럼 펜도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부차적인 역할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덮어두려는 것, 굳이 이야기 하지 않으려는 것, 혹은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 중에는 반드시 말 해야만 하는 것도 있다.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때나 드러나지 않음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생길 때 등, 부당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을 때 펜은 반드시 움직여야 한다. 이를 외면하는 펜은 자신의 움직임에 홀로 도취되어있는 고립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말 해져야만 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외부의 반응이나 압력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좋아할 글을 쓰거나,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거나 누군가를 두려워하며 글을 쓸 때가 있다. 이것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뭉툭한 펜이다. 이는 어느 것도 찌르거나 베지 못하는 무딘 칼과 같다(성경의 거짓선지자의 모습과 비슷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펜 하나로 10억 중국 백성을 일깨운 소설가’라니, 루쉰의 글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