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 이모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PUBLISHED 2012. 5. 28. 11:59
POSTED IN 매일매일

2012.05.28 22 이모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일어났는데 잠이 깨질 않았다. 그래서 잠시 침대에 엎드려 스마트 폰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때 엄마가 밥먹으라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뒤에서 내 허벅지를 쥐면서 말했다. "아이고 어쩌냐, 경남이 이모 다리처럼 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잠이 확 깨면서 혈압이 올랐다. "아악!"   


경남이 이모는 외가댁의 막내 이모이다. 이모는 뚱뚱하다. 그냥 뚱뚱한 게 아니라 아주 뚱뚱하다. 전해 듣기로는 어릴 땐 뚱뚱하지 않았는데 언젠가 한약을 잘 못 먹은 부작용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들었다. 이모는 불혹을 훌쩍 넘어 쉰을 바라보는 나이인제 지금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런 이모는 외가댁의 걱정거리 중 하나였다. 언니들은(이모들은) 모였다 하면 꼭 한번씩 이모의 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요즘 운동 좀 하나? 매일 꾸준히 운동해야 된데이', '니 살 더 찐 것 같다? 어짜노...', 어느날은, '니 요즘 좀 빠진 것 같네? 운동 좀 했나?' 

 

이모들은 막내이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당연시 했다. 우리가 보기에 '문제'가 있으니 그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는 식이었다. 이 태도에는 막내 이모가 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마치 그 조언들을 제대로 듣고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이모들은 돌아가며 조언을 했고 막내 이모가 '문제적인 존재'임을,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막내이모에게 결국 모든 책임이 있음을 확인시켰다. 외부에서 '문제'를 재차 되새기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그 존재는 외부에 의해 '문제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런데 뚱뚱한 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가? 뚱뚱함이 한 존재의 가치를 훼손시키는가? 뚱뚱할 때 살아가는 것이 조금 불편하거나 건강이 위험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세상의 정의나 평화를 어지럽히는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는 진리의 문제보다 시선의 문제가 더 크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끝없이 의식하며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이 '괜찮다' 판단하는 기준을 마치 진리처럼 여긴다. 그리고 그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도 들이댄다. 따라서 함께 살고 있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존재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 모습을 '제 뜻대로' 혹은 '세상의 기준'대로 반드시 고쳐놓아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있는 것이다.


'다 널 위해서'라는 말을 덧붙이며 사랑으로 미화시키는 말과 행동이 사실상 폭력이 될 때가 얼마나 많은가? '다 널 위해서'라는 말에 다른 사람에게 그럴듯해 보이는 모습으로 조각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숨겨져 있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막내이모는 이모들의 그 이야기들을 들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문득, 이모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모는 자신의 모습에 걱정과 불만을 매번 표하는 가족들과 세상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을까? 어떻게 그 '폭력의' 시간을 견뎌냈을까? 견디고 있을까? ... "이모, 또 누가 그러면 "그러는 언니들은 뭐 그렇게 잘났다고!"하며 소리 한번 확 질러버리뿌라!"